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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의 마지막 숨소리! When Breath Becomes Air - Paul Kalanithi

by Scott posted Dec 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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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breath becomes air.jpg


page - 208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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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제목에 끌려 무작정 집어 든 책입니다. 읽다 보니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이었고, 문득 <마지막 강의> 혹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같은 책이구나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비슷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네요. ^^;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part 1은 폴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과 영문학전공에서 신경외과 의사로 진로를 바꾼 이유, 트레이닝 과정에서의 깨달음, 그리고 레지던트 의사로서의 실제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해부 실습과정에서 시신을 물건 다루듯 하는 모습, 환자를 그저 서류 취급하는 의료인,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고려 없이 이루어지는 시한부 선고의 무책임함 등등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의료인의 행위를 꼬집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 이 책이 더 의미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의사의 입장도 이해할 계기가 된다고나 할까요? 


part 2는 폐암 선고를 받은 환자로서의 삶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레지던트 마지막 년 차자 전문의로서 인생 최고의 정점을 눈앞에 둔 36살의 젊은 의사에게, 예고 없이 죽음이 찾아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무엇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폴은 아무 근거도 없는 희망으로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도 않고,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의 늪에 깊이 빠지지도 않습니다. 

그의 선택은 To Face Death with Integrity!


마지막 순간 가족들이 병원에 모인 와중에 그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 I'm ready.

연명 치료를 단호히 거부하고 모르핀 진통제를 맞으며, 그렇게 그의 마지막 숨결은 육신을 떠나 바람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투병과정 동안 집필한 것이라 미완성이지만, 한편 그 자체로 완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폴의 부인 루시가 에필로그를 달아 출판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환자를 지켜봐야 하는 보호자의 입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 어제 이 책을 끝마쳤는데, 2부와 에필로그를 읽으며 너무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아픔을 겪어본 자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던가요? 제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지켜보는 제삼자 혹은 보호자의 입장으로써 많이 공감하고 또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 되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 아버지가 아프셔서 새벽에 응급실에 간 적이 있는데, 그날이 떠올라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날 집 전화로 부재중 여러 통이 왔는데, 저는 받기 귀찮아서 일부러 안 받았거든요. 저는 밤늦게까지 놀고 있었어요. ㅠㅠ 새벽에 집에 들어가 보니 어디서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무슨 소린가 싶어 안방을 들여다보니 아버지가 누운 채로 바닥을 발로 차며 몸을 심하게 떨고 계셨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곧바로 아버지 모시고 응급실에 갔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는데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모든 게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뭐 그랬습니다. 아버지는 과거 위암 수술 두 번을 겪으시고, 그 후 당뇨합병증으로 몸이 불편하세요. 가족들도 그걸 아는지라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데, 그래도 막상 이런 일이 터지니 이렇게는 못 보내드리겠더라고요. 죄책감이 너무 크고 뭐 암튼 그랬습니다. 주절주절 하소연이 길어지니 여기서 그만 ...


혹시 최근 주변 사람의 죽음이나 고통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계신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힐링하시길 바라요. ^^ 죽음이란 무엇이며, 죽음에 대처해야 할 우리들의 자세는 어떡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어휘는 의학전문용어가 많아서 좀 불편하실지도 몰라요. 사전 찾아도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네이버에도 읎네요. 하지만 구글 신님이 도와주실 겁니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시고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시 하나 남기고 가요. ^^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 김소엽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영원한 쉼표, 


남은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그리고 의미하나, 

땅위에 떨어집니다. 

어떻게 사는냐는 

따옴표 하나,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후할 

느낌표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