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잉하 가족 여러분
크라잉프리맨입니다!
제가 작년에 Adieu 2014 게시판을 담당했던것이 기억나는데,
벌써 2015년 한해가 다 지나갔네요.
2015년은 참 다양한 일들을 경험한 해였습니다.
한때는 운영진으로 도움도 드리고 했건만,
좋지 않은 호주의 인터넷을 핑계대며,
또한 살아남기 위해 삶의 서바이벌에서 발버둥 치다가,
이제서야 저도 글을 남기게 됩니다.
제 게으름을 용서해주세요.
호주에 와서도 원서를 읽긴 했지만,
원서 읽기보다는 영화보기에 더 집중을 했던 터라,
저는 잉하님께서 정해주신 양식이 아니라, 자유롭게 제 이야기를 나눠보고,
한해를 돌아볼까 해요.
올해 1월 29일에 호주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곳 현지인들의 말이 너무 들리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하늘 사진으로 안부를 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호주에 와서의 1년을 돌이켜 보면,
'집 나오면 개 고생이다' 를 아주 실감하고 있습니다.
언어적 한계와 그로 인해 결정되는 삶의 질이,
결국은 외국인 노동자를 벗어날 수 없었거든요.
영어를 아주 잘 준비한 분들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청춘의 가능성 하나만으로 이곳 호주에 온 저에게는 참 비참한 나날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가져온 돈이 너무 적어서, 방세를 내고 나니 막막하기만 하였습니다.
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이력서를 넣었던 기억도 납니다.
비자를 연장하고 싶어서 농장도 알아보고, 결국엔 양공장으로 오게 되면서
제 인생에서 만날 '양' 은 다 만나게 된것 같습니다.
그냥 많이 만났다고 하면 감이 잘 안오실것 같아서 숫자로 이야기하게 되면,
하루 오더량이 3천마리 이상을 하게 되고, 주 5일 근무로 한달을 20일로 가정했을 때,
3000 * 20 = 60,000 마리의 양이 되네요.
그리고 일한 달수가 5달 째가 되어서 ...
한달 60,000 * 5달 = 300,000
대충 양을 30만 마리를 손질했네요.
하하하..
이젠 쳐다보기도 지겹습니다.
어찌되었든 제 호주생활은 사진으로 전하는 것만큼 화려하고 아름답진 않았지만,
참 재미있는 시간들의 연속이었고,
한국에서의 시간들,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환경, 같은 민족으로서의 언어가 통한다는 것들 ..
평상시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에 대해 무한히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글로 전하기가 너~~무 길고, 글로써는 그 맛을
맛있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한계가 있어서 서둘러 이야기의 막을 내립니다.
나중에 제 삶의 경험이 더 깊어지고, 무르 익으면,
그때는 조금씩 나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오늘 전하려던 이야기는 이것이 본질이 아니었지만,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호주에 와서도 제 영어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되고 한것은 아닙니다.
1년동안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온 많은 한국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한국인들은 대체로 독해와 문법에는 어느정도 읽고 해석하는 능력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스피킹을 하는데 있어서는 다들 말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재미있는 것은 자신들의 실력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인식의 단계를 넘어 수정, 보완의 단계에 가는 분들은 그다지 많이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을 알지만, 꾸준히 공부 하는 분들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제가 워킹홀리데이를 경험 하면서 크게 자랑할 만한것은 없습니다.
다만 2015년 한해를 돌아보며,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제 스스로에게 가장 잘했다고 느끼는 것은
영어 훈련을 절대 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기 힘들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원서를 소리내어 20~30 분씩은 꼭 읽었습니다.
일이 연장되어서 집에 늦게 들어와도 원서는 소리내서 읽었습니다.
일터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회식으로 술을 많이 들이킨 날에도 원서는 꼭 읽고 잤습니다.
일을 쉬는 날 아침에는 더욱 읽기 싫었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원서를 소리내서 읽자' 라는 것은 제 자신의 습관이자 약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닦기와 원서읽기는 매일, 당연히, 무조건 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제 영어 수준은 생활영어 수준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꾸준하게 원서를 낭독하고,
남는 시간에는 영어라디오를 계속 들었더니,
이제는 처음에 들리지 않던 오지 사람들의 발음이 들리긴 합니다.
물론 제 대답이 짧고 어설프지만,
이제는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그들이 어떤 단어로 어떤 문장을 말하고 있고,
어떤 느낌을 주는 지는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갈길이 멀고, 이제서야 영어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저는 제 영어 레이스에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제 스스로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삶은 달리기가 아닐까요.
레이스에서 얼마나 빠른가 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레이스를 시작했다는 것이고, 내가 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 레이스의 중요한 가치는 끝까지 달리고, 완주를 해보았을 때에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잉하 가족 여러분,
2015년은 어떤 레이스를 시작하셨나요?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셨나요?
완주하셨다면, 그 소중한 가치를 얻으셨다면 너무 축하드립니다.
혹 완주하지 못하셨다고 하더라도,
다시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응원해 드리고 싶어요.
2016년에 주어지는 레이스는 함께,
그리고 끝까지 완주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지켜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또한 잉하 가족분들과 함께 성장 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한 한해였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호주에서 크라잉 프리맨 올림 -
내년도 멋진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