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의 어휘력을 어떻게 늘려줄 것인가, 고민하는 엄마들 중의 하나인데요,
책이라는 것이 흥미유발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손이 두 번 가지도 않고..
여하간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영어학원도 보내고 있는데 학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확실히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일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히는 일인 것 같네요.
그렇지만 아이가 어설프게 단어를 읽는 수준이라서 책을 혼자 읽을 수 없기에
항상 엄마가 읽어줘야 합니다.
이게.. 참...
뭣도 모르고 처음엔 의욕에 앞서서 "내가 읽어줘야지~"하고 cd가 낀 비싼 패키지는 포기하고
책만 있는 것을 샀더니... 책들이 잠만 자요.. ㅠㅠ
책 페이지가 많아지는 것도 고려하지 않았지요.
뭐... 제가 하는 짓이 항상 이래요. ㅠㅠ
슬픕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분명 단어를 1:1 암기를 시킬 것이 분명해 보이기에
사실 조바심이 더 나네요.
그 동안 무작위로 아이의 수준과 상관없이 책을 선택했는데,
이 곳에서 여러 책을 다운받아 보니, 아이에게 시도할 만한 것과 아닌 것이 확연히 구별이 되더라구요.
받아놓은 책들을 레벨별로 분류하는 작업은 꽤나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한글판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를 샀는데 아이가 재미나게 읽었답니다.
천운으로 이 곳에서' Franny K. Stein Mad Scientist' 를 구했네요.
이 영문판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무진장 고민했거든요.
과연 한글판처럼 잘 읽어줄 것인가
아니면 괜히 구매해서 흥미만 떨어뜨리고 돈만 낭비할 것인가...
'Mighty Robot' 이라는 책을 영문판으로 읽었다가(2년 정도 계속 본 듯) 한글판 '초강력 로봇'을 샀는데,
슬쩍 훑어보더니 '재미가 없어'라고 하면서 안보더라구요.
프래니는 한글판에서 영문판으로 넘어가는 것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용이 워낙 재미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흥미를 가지고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3일동안 주구장창 프래니 1만 오디오를 틀어놓고 책을 읽고 있는데,
저는 언제나 막판에 가서 잠이 들고 있고 아이는 끝까지 다 듣고 보고
불까지 끄고 잡니다.
재미있는 것은 프래니 영문판을 보여주니 한글판을 꺼내서 다시 모조리 훑어보더라구요.
한글판을 보면서 "엄마, 프래니가 휘파람을 불었고 박쥐가 그냥 날아온 게 아니야.
휘파람을 불어서 박쥐가 온 거야."라고 인과관계까지 설명해주네요.
그리고 영문판 오디오를 들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에서는 깔깔 웃으면서 코멘트까지 달아주네요.
특히 pterodactyl wings라는 단어는 3일동안 계속 따라합니다.
익룡 날개라는 뜻인데, 그 액센트가 재미있어서 귀가 번쩍 뜨입니다.
도대체 익룡 날개라는 단어를 어디다가 써먹을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급함을 버리면 재미가 보입니다.
전 조급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
예전에 스피드리딩이라는 책에서 읽은 것 같은데
심상에서 비롯하여 어느 언어로 선택하여 표현할 것인가... 라는 글이 있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뭐 대략 그런 뉘앙스예요.
그리하여 어떤 때는 오히려 한글보다 영어가 더 편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영어보다 한글이 더 편할 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노력을 했던 터라
언제나 영어를 마음 속에 두고 있었지요.
아이에게 많이 설명을 해주는 스타일이었는데
재미난 것은 국어를 국어로 설명을 하면서 꽉 막혔던 영어가 약간 풀리기 시작했답니다.
국어를 잘해야 영어를 잘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이해가 이제는 됩니다. 하도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다 보니
스스로의 궁금증들이 풀리더군요.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국어가 아니었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네요.
내가 항상 특정 상황에 쓰던 말은 왜 이렇게 쓰고 있는지..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지..
내가 항상 특정 상황에 습관처럼 내뱉던 말이 얼마나 상처주는 말이었는지..
내 언어적 습관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었지요.
얼마나 국어를 모르는지도 알게 되고요.
그렇게 국어가 한번 탈을 벗은 뒤에 영어의 상황과 비교하기 시작했지요.
'내가 예전에 영어시간에 배웠던 것은.... 사기다!!!'
라고 느꼈던 때를 지나서
'아... 그렇게 가르칠 수 밖에 없었구나... ' 라는 수긍도 하고.
일단 상황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많이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
끈기만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라는 것도 깨닫네요.
뭐.. 여튼 결국 끝에서 우리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을 것은
단어.. 단어.. 단어....
^--^
별 수 없이 책은 계속 읽어야 하겠더라구요.
엄마의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한글 프래니 책의 효과를 들으니 솔깃합니다..
좋은 경험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